천곡황금박쥐동굴 (도심동굴, 생태보존, 야간관람)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여름, 에어컨 빵빵한 실내 말고 '진짜 시원한 곳'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강원 동해시 한복판에 4~5억 년 전 형성된 천연 석회석 동굴이 있습니다. 저도 반신반의하며 찾아갔다가, 입구에 발을 들인 순간 그 서늘함에 말 그대로 멈춰 서 버렸습니다. 천곡황금박쥐동굴 이야기입니다.
도심 속 천연동굴, 실제로 얼마나 시원한가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천연 석회석 동굴입니다. 석회석 동굴(limestone cave)이란 탄산칼슘 성분의 암석이 오랜 세월 지하수에 녹아 형성된 공간으로, 외부 온도 변화와 거의 무관하게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여름에는 천연 냉장고, 겨울에는 천연 보온 공간이 되는 셈입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 보니 체감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오후였는데,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그냥 식어버렸습니다. 온몸이 '아, 이게 시원한 거구나' 하고 바로 반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묘한 쾌적함이랄까요.
총 길이 1,510m에 달하는 동굴 중 관람 구간은 810m입니다. 걷는 내내 종유석(stalactite)이 천장에서 내려오고, 석순(stalagmite)이 바닥에서 솟아 있었습니다. 종유석이란 탄산칼슘을 머금은 지하수가 천장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며 수만 년에 걸쳐 굳어진 구조물이고, 석순은 그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위로 쌓인 것을 뜻합니다. 공룡 화석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어, 걷는 내내 지질학 교과서 안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올해는 7~8월 성수기 동안 운영시간이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되어 운영 중입니다. 한낮의 뙤약볕을 피해 늦은 오후에 여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GG파크와 황금박쥐, 직접 경험해 보니
동굴 관람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는데, GG파크라는 체험 공간이 한 챕터를 더 얹어줬습니다. 솔직히 VR 체험이라고 해서 처음엔 '그냥 애들용이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헤드셋을 쓰고 동굴 속 지형을 입체적으로 둘러보니, 실제 동굴을 걸을 때는 어두워서 놓쳤던 구조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생각보다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멸종위기종인 황금박쥐를 찾아보는 체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황금박쥐는 붉은박쥐(Myotis formosus)의 국내 통칭으로, 몸이 황금빛 오렌지색을 띠는 천연기념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멸종위기 1급 종이라, 실제 서식이 확인된 동굴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이 공간의 생태학적 가치를 증명합니다. 실제로 2024년에 천곡황금박쥐동굴에서 황금박쥐가 관찰되었다는 사실은 여기서 생태계가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동굴을 나온 뒤에는 인근 천곡동굴 자연학습체험공원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100여 종의 야생화가 계절마다 피고 지는 공원인데, 제가 방문했을 때는 한여름 꽃들이 군데군데 색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동굴에서 받은 서늘한 기운이 아직 몸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야생화를 보고 있자니, 그 여름날 오후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문객 추이를 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방문객은 7만 4,16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2% 증가했습니다(출처: 노컷뉴스). 이 수치만 보면 성공적인 관광지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 숫자 뒤에 불편한 질문 하나가 따라붙는다고 생각합니다.
생태보존과 관광 개발, 진짜 균형을 잡고 있는가
관광지 성공 지표로 방문객 수 증가를 제일 먼저 꺼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 동굴을 봅니다. 황금박쥐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야간 경관 조성 사업인 '도심 돌리네 달빛길'까지 추진 중이라는 점은 솔직히 마음에 걸립니다.
돌리네(doline)란 석회암 지대에서 지하 동굴의 지붕이 무너지거나 용해되어 지표에 형성되는 원형의 함몰 지형을 뜻합니다. 이 지형이 동굴 생태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위에 야간 조명을 들이고 방문객 동선을 늘리는 것이 동굴 내부 서식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충분히 검토해야 할 문제입니다.
박쥐류는 빛과 소음에 극도로 민감한 생물입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서식지 교란은 박쥐의 번식률 저하와 동면 패턴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환경부). 수용력(carrying capacity), 즉 생태계가 외부 자극 없이 유지할 수 있는 방문객 최대치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공개된 바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관람객이 많아질수록 잘 보존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는 분들도 계시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아래는 방문객 증가가 동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주요 위협 요소를 정리한 것입니다.
- 조명 확대로 인한 박쥐 서식지 교란 및 야행성 생물 활동 패턴 변화
-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 다수의 방문객이 내뿜는 호흡이 동굴 내 환경을 변화시킴
- 관람객 접촉으로 인한 종유석·석순 성장 방해 및 오염
- 야간 달빛길 조성에 따른 돌리네 인근 서식 환경 변화
황금박쥐가 다시 관찰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황금박쥐가 다음 해에도, 10년 후에도 여기 머물 수 있으려면, 방문객 수 증가를 성과로 홍보하기 이전에 수용력 관리와 야간 관람 제한에 대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야간관람 확장 전망, 기대와 우려 사이
오는 11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도심 돌리네 달빛길'은 야간 경관과 휴식 공간을 더한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기획된 사업입니다. 체류형 관광이란 단순히 당일치기로 스쳐 지나가는 방문이 아니라, 숙박과 연계하여 관광지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 관광 방식을 뜻합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동해시가 이 사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이해는 됩니다. 관광객 한 명이 하룻밤 더 묵으면 지역 숙박업과 식당, 소매업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가 생기니까요. 그 자체로 틀린 방향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장소가 멸종위기 1급 생물의 서식지와 불과 몇 걸음 거리에 있다는 점입니다.
야간 관람이 늘수록 좋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명 설계 기준이나 운영 시간 제한, 그리고 동굴 내부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이 앞으로도 이름값을 하려면, '황금박쥐'가 단순히 마케팅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더위를 피해 이 동굴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오래도록 열려 있으려면, 지금이 바로 기준을 세울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방문 내내, 그리고 돌아온 뒤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천곡황금박쥐동굴 운영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A. 7~8월 여름 성수기 기간에는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 운영합니다. 평소 운영시간과 다르므로 방문 전 동해시청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늦은 오후에 방문했는데 오히려 한낮보다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어 이 시간대를 추천합니다.
Q. 동굴 내부 온도는 실제로 얼마나 시원한가요?
A. 석회석 동굴 특성상 연중 내부 온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여름철 외부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에도 동굴 안은 서늘한 체감 온도를 유지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에어컨 냉기와는 다른 자연 그대로의 서늘함이어서 오히려 더 오래 있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Q. 황금박쥐를 실제로 볼 수 있나요?
A. 황금박쥐는 야행성인 데다 개체 수 자체가 극히 적어 일반 관람 중 육안으로 마주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2024년 관찰 사례도 전문가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대신 GG파크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황금박쥐의 생태를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실물보다 콘텐츠가 더 정교하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Q. 어린 아이와 함께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A. 관람 구간 810m가 비교적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어린이와 함께 걷기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GG파크의 VR 및 인터랙티브 체험은 오히려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구성입니다. 다만 동굴 내부가 어둡고 바닥이 습할 수 있어 미끄럼 방지 신발을 챙기시길 권합니다.
Q. 도심 돌리네 달빛길은 언제 개장하나요?
A. 2025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야간 경관과 휴식 공간을 더한 체류형 관광 코스로 기획된 사업인데, 개장 시점과 세부 운영 방식은 동해시 공식 발표를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생태 보존 기준이 함께 마련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은 분명 이 여름 찾아볼 만한 공간입니다. 저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그 '다시'가 가능하려면, 황금박쥐가 여전히 그 안에 있어야 합니다.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늦은 오후 시간대를 택하시고, 동굴 안에서는 조용히, 천천히 걸으시길 권합니다. 4억 년이 버텨온 공간이 앞으로도 버틸 수 있도록, 방문객 한 명 한 명의 태도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다녀오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